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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 4. 18.

    by. babel25

    목차

       

      공부 싫어하는 사춘기 자녀

      왜 우리 아이는 공부에 흥미를 잃었을까?

      며칠 전, 13살 딸이 제게 이렇게 말했어요.
      “엄마, 난 그냥…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모르겠어.”

      순간 마음이 철렁했습니다. 초등학교 고학년까지만 해도 스스로 숙제를 하고 시험공부도 나름 열심히 하던 아이였거든요. 그런데 중학교에 들어오자마자 달라졌습니다. 책상 앞에 앉는 시간이 줄었고,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않았어요. 말수가 줄고, “귀찮아”, “몰라”, “왜?”라는 대답이 늘어났죠.

      ‘혹시 나만 이런가?’ 하는 걱정에 주변 엄마들에게 물어보니, 비슷한 이야기가 많더라고요. 사춘기 자녀를 둔 부모라면 누구나 겪는 변화였던 거죠.

      심리학에서는 사춘기를 뇌의 두 번째 성장기라고 부릅니다. 전두엽의 발달이 아직 완성되지 않은 이 시기엔 감정 조절이 어렵고, 순간의 감정에 휩쓸리기 쉽다고 해요. 이런 뇌의 발달 특성 때문에 집중력 저하, 동기 부족, 감정 기복이 생기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하지만 부모 입장에서는 '왜 갑자기 공부를 싫어하게 되었을까?'라는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사춘기 아이들이 공부에 흥미를 잃는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요?

      아이들이 공부를 거부하는 주요 이유

      • 자기 정체성 혼란: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이 시작되며, 기존 가치(공부 잘하는 아이)에 대한 회의감이 들 수 있음
      • 성적 중심의 평가 시스템: 시험 위주의 교육은 결과에 민감한 아이들에게 좌절감을 줌
      • 호기심과 현실의 괴리: 진짜 하고 싶은 것과 해야 할 것의 괴리로 동기 저하
      • 부모와의 갈등: "공부해!"라는 말이 잦아질수록 자율성이 억제되며 저항 심리가 생김
      • 외부 자극 과잉: 스마트폰, 게임, SNS 등 더 즉각적인 만족을 주는 콘텐츠에 익숙해짐

      이유는 다양하지만 핵심은 하나입니다.
      “공부가 더 이상 나에게 의미 있는 일이 아니다.”

      사춘기 공부 거부, 엄마의 태도부터 점검해보기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도 처음엔 불안했어요.
      “얘가 이렇게 계속 공부 안 하면 어떡하지?”
      “중학교 때부터 이러면 고등학교는…”
      “내가 뭘 잘못했나?”

      이런 걱정이 밀려올수록, 저는 딸에게 더 많이 말하게 되더라고요.
      “지금 공부 안 하면 나중에 힘들어.”
      “다른 친구들은 벌써 학원 세 군데 다녀.”
      “엄마도 다 너 잘 되라고 그러는 거잖아.”

      하지만 딸은 점점 더 말이 없어졌고, 방에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졌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 밤, 문득 딸이 울면서 이런 얘길 했어요.

      “엄마, 나도 잘하고 싶은데 자꾸 안 돼.
      근데 엄마는 내가 열심히 안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

      그 순간 알게 됐어요.
      아이도 괴롭고, 엄마도 괴로운 이 시기에 우리가 서로 엇갈리고 있었다는 걸.

      그래서 저는 엄마인 저의 태도를 바꾸는 것부터 시작했습니다.

      엄마의 실수 TOP 3

      1. 결과 중심 피드백: “시험 몇 점이야?”만 묻고 과정은 무시하기
      2. 일방적인 조언: “이렇게 하면 되잖아” 식의 해결 강요
      3. 비교: 친구나 형제자매와 비교하는 발언

      이런 말들은 아이에게 **“넌 부족해”**라는 메시지로 들릴 수 있어요.

      공부 흥미를 되살리는 5가지 실천 방법

      이후 저는 작은 것부터 바꿔보기로 했어요.
      조언보단 질문을, 통제보단 선택을, 명령보단 공감을.

      1. 아이의 관심사를 학습과 연결하기

      딸은 아이돌을 정말 좋아해요. 그래서 영어 공부를 할 때 아이돌 인터뷰 영상을 자막 없이 보기, 가사를 해석해보기 같은 활동을 제안했어요. 흥미도가 확 올라가더라고요.
      역사 과목도 웹툰 <조선왕조실톡> 같은 콘텐츠와 연결해주니 이해가 훨씬 쉬워졌다고 했고요.

      “공부는 지식이 아니라, 연결의 힘이더라고요.”

      2. 선택권 주기

      공부하는 시간, 순서, 장소 등 딸에게 선택권을 줬습니다. ‘수학 먼저 할래, 영어 먼저 할래?’처럼 작은 선택이라도 아이가 주도감을 느끼도록 했죠.

      3. 작은 성공 경험 반복하기

      ‘10분 공부하고 쉬기’, ‘1쪽만 읽기’, ‘단어 5개 외우기’ 같은 미션을 주고 성공했을 땐 진심으로 칭찬했어요. 공부는 시작의 에너지가 제일 크기 때문에, 작게라도 시작해서 ‘나도 할 수 있네’라는 느낌을 주는 게 중요했어요.

      4. 비교는 과거의 ‘나’로

      딸이 “친구는 벌써 100점 맞았대”라고 하면, “너도 예전엔 이 부분 어려워했는데 지금은 좀 익숙해졌잖아”라고 말했어요. 비교 대상은 남이 아니라 과거의 나라는 인식을 주는 거죠.

      5. 공감 중심 대화

      무조건 “공부해!”라고 말하는 대신, “오늘은 뭐가 힘들었어?”, “요즘 어떤 과목이 지루해?”처럼 감정을 묻는 질문을 던졌어요. 그리고 “그럴 수도 있지”라는 말 한마디가 아이의 긴장을 풀어주더라고요.

      아이와 함께 본 콘텐츠 & 추천 도서

      사춘기 자녀 공부법 추천 도서

      1. 『사춘기 내 아이가 공부를 안 해요』 – 임영주
        부모가 어떻게 말해야 아이가 마음을 여는지 알려주는 책입니다.
      2. 『공부머리 독서법』 – 최승필
        국어 실력과 사고력을 기르기 위한 ‘독서’ 중심 접근법. 중학생 추천!
      3. 『나는 오늘도 공부를 안 했다』 – 김승현
        사춘기 아이들이 직접 읽기에도 부담 없고 재미있는 에세이형 도서예요.

      온라인 콘텐츠 & 플랫폼

      • EBS 부모: 사춘기 자녀 편 (YouTube)
        전문가들의 실질적인 조언이 많아요.
      • 마음학교 (YouTube 채널)
        감정 조절, 스트레스 관리 관련 콘텐츠가 많아서 아이와 함께 봤습니다.
      • 패들렛(Padlet), Google Keep
        아이와 함께 공부 계획표 만들기! 재미 요소가 있어 아이도 흥미 있어 해요.

      사춘기 공부 거부는 ‘문제’가 아니라 ‘변화’입니다

      아이와 다시 가까워지기까지 시간이 꽤 걸렸습니다.
      하지만 그 시간 동안 저 역시 ‘공부란 무엇인가’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어요.

      사춘기 아이의 공부 거부는 결코 게으름 때문이 아닙니다.
      그건 자기 존재와 미래에 대한 고민이 시작된 증거이고, 스스로를 찾아가려는 여정의 일부예요.

      부모가 해야 할 일은 아이의 문제를 해결하려 들기보단, 그 여정에 함께 있는 사람이 되어주는 것입니다.

      13살 딸을 키우는 엄마로서, 저와 같은 고민을 가진 분들께 이 글이 작은 위로와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