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anway

Branway

  • 2026. 2. 8.

    by. Branway

    목차

      샤워하면서 밥을 먹는 인생, 브랜드

      샤워하면서 밥을 먹는 사람을 처음 만난 건, 아주 오래전 읽었던 한 책 속에서였다. 정확한 제목은 기억나지 않지만, 희미하게 『모모』였던 것 같기도 하다. 시간에 쫓기던 사람이 시간을 아끼겠다는 이유로, 샤워기 아래에서 밥을 씹는 장면이었다. 효율의 극단. 삶의 밀도를 최대치로 끌어올린 모습이었다. 그 장면이 이상하게 오래 남았다. 그때의 나는분주함을 성실함과 동일시하던 사람이었고, 멀티태스킹을 잘하는 것이 곧 잘 사는 법이라고 믿고 있었다. ‘저 사람은 정말 시간을 아낀 걸까, 아니면 삶을 놓친 걸까.’ 나 자신에게 질문하게 됐다. 나는 지금 샤워하면서 밥을 먹고 있는 건 아닐까? 몸은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데, 마음은 어디로 가고 있는지 모른 채.

       

      브랜드를 보다 보면, 가끔 이 장면이 떠오른다. 시장에 빠르게 등장했다가, 더 빠르게 사라지는 브랜드들을 볼 때다. 공격적인 마케팅, 파격적인 가격 혜택, 눈에 띄는 프로모션. 런칭 초기에는 모든 것이 속도 중심이다. 얼마나 빨리 인지도를 만들 것인가, 얼마나 빠르게 매출을 일으킬 것인가. 단기 성과표는 그럴듯하게 채워진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브랜드의 목소리가 흐려진다. “우리는 왜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 없다. 가격 외에 떠오르는 이유가 없고, 혜택이 사라지면 함께 사라진다. 결국 남는 건 빠르게 달렸다는 기억뿐이다. 어디를 향해 달렸는지는 아무도 모른 채.

       

      이럴 때마다 나는 브랜드가 인생과 참 닮아 있다는 생각을 한다. 우리는 종종 이렇게 말한다. “일단 빨리 결과를 내야 해.” “지금은 속도가 중요해.” “남들보다 뒤처지면 안 돼.” 그래서 더 빨리 움직인다. 더 많은 일을 한 번에 처리하고, 더 많은 선택지를 동시에 붙잡는다. 마치 인생의 KPI처리 속도인 것처럼. 그런데 한참을 그렇게 달리고 나서야 깨닫는다. 너무 빨리 움직이느라, 방향을 점검할 시간이 없었다는 것을. 어느 순간 문득 멈춰 서서 고개를 들면, 막막함이 먼저 찾아온다. 나는 지금 어디쯤 와 있지? 이 길은 내가 원하던 방향이 맞았나? 브랜드도 다르지 않다. 방향성 없는 속도는 브랜드 자산을 쌓기보다, 오히려 소모시킨다. 캠페인은 많았지만 일관된 메시지는 남지 않고, 고객 접점은 늘었지만 브랜드 이미지는 희미하다. 마치 바쁘게 살아왔지만, 정작 나를 설명할 문장은 없는 사람처럼. 브랜딩에서 방향성은 단순히 슬로건을 정하는 일이 아니다. “우리는 이런 브랜드입니다라고 선언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떤 유혹을 거절할 것인지에 대한 기준이다. 속도를 늦출 줄 아는 용기이기도 하다. 방향이 분명한 브랜드는 조급해 보이지 않는다. 모든 트렌드에 반응하지 않고, 모든 기회를 잡으려 들지도 않는다. 대신 자신에게 맞는 속도로, 같은 방향으로 꾸준히 움직인다. 그래서 느려 보일 수는 있어도, 쉽게 흔들리지는 않는다. 고객에게도 그 안정감은 전해진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방향이 있는 사람은 때로 늦어 보여도 불안해 보이지 않는다. 지금 당장의 성과가 없어도, 스스로를 의심하며 흔들리지 않는다. 어디로 가고 있는지는 알고 있기 때문이다. 가끔은 바쁜 하루 속에서, 이런 질문을 던져보면 좋겠다. 나는 지금 너무 빨리 가고 있지는 않은가? 이 속도가 아니라, 이 방향이 맞는가?

       

      브랜드를 마주할 때도 비슷하다. 이 브랜드는 계속해서 살아 있는 브랜드가 될 것인가, 아니면 빠르게 지나가는 브랜드가 될 것인가? 지금의 선택들이 장기적인 브랜드 자산으로 쌓이고 있는가, 아니면 단기 성과를 위해 소비되고 있는가? 샤워하면서 밥을 먹는 장면은, 효율의 상징처럼 보이지만 동시에 경고처럼 느껴진다. 모든 시간을 압축한다고 해서, 삶이 깊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 모든 접점을 채운다고 해서, 브랜드가 강해지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 속도는 언제든 높일 수 있다. 하지만 방향을 다시 잡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그래서 더더욱, 빠르게 달리기 전에 한 번쯤은 멈춰 서서 생각해야 한다. 나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브랜드도, 인생도 결국 같은 질문 앞에 서게 된다. 그리고 그 질문에 답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속도는 의미를 갖기 시작하는 것 아닐까?